유목
1. 유목주의
노마디즘이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책을 좀 읽고 인문학 좀 한다는 사람치고 노마디즘이란 말
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유행이란 것은 본질을 비틀어서 오독하게 하는 위험이 있다.
노마드 카페, 주점 노마드, 노마드 교회라는 이름도 있다. 유목이라는 말이 엄청 낭만적이기
때문에 인기가 크기도 하다.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방랑자 이미지도 있다. 자유인을 상징
한다. 유목주의란 무엇일까?

Nomard is Not ~~
1) 이사를 자주 다닌다고 유목민은 아니다. 오늘날의 도시민들이 자주 이주를 하기 때문에 유
목민적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것이 유목주의는 아니다.
2) 정주 형태 혹은 주거형태가 유목민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3) 떠돌아다니지만 정주하기 위해, 혹은 기존의 사회적 지층 위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 1 -황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위해 고지를 향해 등정하는 자 역시 유민민이 아니다.
4) 기존 질서에 너무나 깊이 속박되어 있는 탓에 자유를 갈망하며 유목주의 혹은 노마드라는
개념을 좋아한다고 해서 노마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노마드의 출발점이기는 하다.
5) 노마드 공동체, 노마드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그룹 혹은 집단을 표방한다고 해서 저절로
노마드가 되는 것도 아니다.
6) 여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유목적 삶이 아니다. 그건 개인적 향유, 즐기는 삶(유목공동체 아
니다)이다.
6) 유목적 삶 혹은 탈주적 실험을 하고서 거기에 안주해 버리고 더 이상 변화를 거부하고 영
토화해 버리는 것도 유목주의와 거리가 멀다.
사이비 유목주의가 많고, 자칭 노마드가 되기 쉽다. 심지어 자본이 노마드 이미지를 상품화한
다. 심지어 SUV 승용차, 밴, RV, 지프차 선전은 노마드 이미지를 전매특허로 차용하여 상품
을 선전한다. 들판과 사막을 질주하는 분위기가 멋있고 거기에 매료되어 저 차를 구입만 하면
자유롭고 유목하는 삶 살게 되리라는 환상을 자극한다.
유목주의의 정수를 이해해야 한다. 유목은 과정이다. 삶의 방식이자 운동이다. 탈주만 한다고
유목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제국을 벗어나서 유목하며 살든지, 제국의 변방에서 유목하든지,
탈영토화하였다면 유목적 삶으로 이어져야 바람직하다. 탈주하는 것으로 끝나서 않고, 재영토
화 하지 않고 계속 유목할 줄 아는 삶, 이것이 노마디즘의 핵심이다.
2. 전쟁기계
유목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전쟁기계’라는 말이다. 말을 타고 달리는 전사를 말한다.
초원의 유목 전사, 몽골 전사와 징기스칸 같은 그런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걸 이해하여야 유
목주의의 정수를 파악하게 된다.
들뢰즈/가타리가 <천개의 고원>에서 ‘전쟁기계’라는 개념을 말하자 지구촌 지성계에서는 열광
했다.
‘철학책을 뛰어넘어섰다’고 찬사와 환호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정반대로 크게 논란이
되고 악명도 얻었다. 누구든 개념이 있는 지성인이나 학자나 진보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치고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반전반핵과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전쟁기계가 되라’고 주장하니까 역공이 심했다. 전쟁이라는 말만 들어도 끔찍한데 전
쟁기계라고 하니까 부정적 반응을 하게 되고, 심지어 터미네이터나 인공지능 전쟁 로봇을 연
상하게 되기도 한다. 게다가 인간이 아니라 기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니까 거부감은 더더욱 심
하다. 전쟁이라는 말도, 기계라는 말도 우리에게 심리적인 충돌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개념의
기획은 탁월하고 기발하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생각을 뒤집어버리고, 새로운 사유로 안내하고 있다.
들뢰즈/가타리가 ‘전쟁기계’라는 개념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유목을 한다는 것은 전
쟁기계가 된다’는 것이다.
- 2 -황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1) 국가장치와 전쟁기계
들뢰즈/가타리는 전쟁기계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국가장치’를 말한다. 전쟁기계의 반대말은 평
화가 아니다. 전쟁기계의 반대만은 국가장치이고, 양자는 대척관계에 있다. 전쟁기계는 본질적
으로 국가와 대립된다는 것이다.
공리1 - 전쟁기계는 국가 장치 외부에 존재한다. p.671
"국가 자체는 전쟁기계를 갖고 있지 않다" p.678
물론, 국가는 군사제도로서 전쟁기계를 전유하지만 이 전쟁기계는 국가에 문제를 제기
한다(국가 전복, 반란 등의 위험요소). 근원적으로 전쟁기계는 외부에서(전사집단, 유목전사
등) 유래된 것이다.
"전쟁기계는 유목민의 발명품이다." p.729
모든 국가는 군사제도를 경계한다.
이는 우리의 상식과 제법 다르다. 우리가 알기에는 전쟁이란 국가가 일으키는 것이고 국가
가 군대를 소유하여 자기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 전쟁을 이용하고 모든 전쟁 수단과 무기와 기
계를 장악하고 있는데, 전쟁기계와 국가 장치가 대립된다는 이 말을 쉬 이해하기 어렵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원국가 개념을 도입하여 전쟁기계의 계보를 분석하면서 설명한다. 즉 역
사적으로 전쟁은 국가를 파괴하고 국가의 형성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고대 국가형성
기에 부족사회가 대부분이었고, 보통 강력한 부족의 지도자가 군주가 되어 국가를 형성하였
다. 그런데 인류학적으로 인류 역사에 있어서 어느 한 부족이 국가를 만들려고 하면 다른 부
족들이 힘을 합쳐서 그러한 국가화 시도를 막으려고 저항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예외 없이 전쟁을 통해 멸망했다. 그러니까 국가란 그 본성상 자기를 보존하고 유지
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고 전쟁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역사적인 연구의 결과이다.
물론 국가체제가 완성되고 전 지구상에 국가들과 제국들이 가득하게 된 이후, 국가가 군대
를 조직하고 ‘전쟁기계를 전유’하여 버리고, 전사들을 자기 체제 안으로 포섭해버렸다. 그래서
전사들을 군대의 핵심부로 배치하고 전사들의 전투력과 폭력을 국가와 왕을 위해 일하도록 만
들어 버렸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갖추어진 국가 역시 군대는 가장 위험한 국가의 적이
다. 그래서 왕들은 끊임없이 장군들을 견제하고, 대장군이 출현하면 자기 권력을 위협하지 못
하도록 제어하고, 충신이라는 이름을 붙여 충성을 맹세하게 하고 반란을 못하도록 온갖 장치
와 수법들을 사용했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 국가를 뒤집어버리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재영
토화하는 이들은 대부분 전사들이었다. 대조영이 그렇고, 이성계가 그렇고, 중국의 마오쩌뚱이
그 예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전쟁기계는 국가를 파괴하고 국가를 전복시키
는 힘이며, 이것을 국가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설정하여 전쟁기계의 그 역동성과 전복성을 강
조하여 유목주의의 정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3 -황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유목민은 국가장치에 대항하여 전쟁기계를 만들었다. … 반면, 전쟁기계가 바깥과 갖는 관
계는 또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사유 그 자체로 하여금 유목적이 되도록 하고, 책으로 하여금
모든 유동적인 기계를 위한 부품이 되게 하며, 줄기로 하여금 리좀이 되게 하는 배치다.”
이진경 역, <천의 고원>
2) 국가의 코드체계
국가는 군주와 기표체제를 통하여 그 통일성을 유지한다. 전제군주체제에서는 왕의 신체에
모든 국민들이 포섭되어 있다(안티 오이디푸스). 이는 기표 즉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가령 학
대와 착취를 견디지 못하여 백성들에게서 반란이 일어나 왕이 죽거나 도망갔다고 하자. 사극
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민란으로 왕이 물렀났는데도 새로운 왕을 왕족 가운데서 가운데서 세
운다. 그래서 왕의 혈통 가운데서 한 사람을 찾아내어 왕으로 추대한다. 이것이 전제군주
사회기계에서 모든 것은 ‘군주의 신체’에 매여 있다는 의미이다. 정신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국가 체제 자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군주체제의 이러한 전통을 완전히 뒤집은 사건이 프랑스 혁명이었다. 혁명 이후
오랜 논란을 거쳐 마침내 왕족들을 모두 참수함으로써 프랑스 왕정체제가 종식되었다. 즉 왕
의 중심이 되는 국가의 기표 체계를 벗어났다. 그래서 시민국가가 최초로 탄생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장치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기표체제를 유지한다. 시민국가는 이제 왕이 아
니라 시민들이 투표하여 세운 대표를 중심으로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여 국가를 운영하지만 여
전히 ‘국가라는 기표 체제’ 아래서 작동한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
이다.
‘우리 나라’, ‘조국’, ‘애국’, ‘국민’이라는 기표가 배타적으로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 국
가는 인류사 초기부터 존재하였고, 지금까지고 가장 강력한 지층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영원
히 죽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정념을 일으키는 실체이다. 왕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것은
벗어났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작동한다. 즉 국가는 어떤 기표(상
징) 체계로 사람들의 정신을 묶어 동일성을 유지하고 존속한다.
그러니까 국가는 그 영토 속에 포함된 모든 국민들에게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고, 영원
한 안전과 번영을 약속하고, 모든 존재하는 것들(땅, 사람, 자연, 자원, 생산물)을 복속시켜서
하나의 체계 속으로 흡수하는 거대한 구심적인 힘을 지닌 거대한 기계, 강력한 제도이다. 그
래서 국가 기계라고 한다.
"조르주 뒤메질은 인도-유럽 신화에 대한 결정적 분석에서 정치적 주권 또는 지배권은
<마법사 - 왕>과 <판관 - 사제>라는 두 개의 머리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p.671
마법사 = 주술사
왕 = 군주, 왕족
판관 = 법, 법관, 법적 코드
- 4 -황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사제 = 성직자, 종교적 코드
즉 국가는 왕 – 법(법률) – 종교(경전) 등으로 어떤 코드 체제를 지니고 있다.
3) 국가기계와 법
국가 장치는 전지구를 거대한 선분성을 지닌 각각의 파편적인 영토로 구획화 하고, 자기 영토
안의 모든 것을 하나의 기표로 통일시키고(대한민국, 태극기 / 위대한 러시아 / 아메리카, 성
조기, 중화사상 등등) 국가에 절대적인 권위의 표지를 세워서 지배를 영속화한다. 보통 천상의
이념과 신화들로 각색하여 영토 내 모든 것들을 포섭한다. 특히 단일한 하나의 법으로 통치
를 실행하고, 배타적인 절대권으로서 국가의 주권을 최고의 권위로 설정하는 공통점이 있다.
단 하나의 법(노모스)을 통해 지배한다. 그 법의 절대성 안에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선분들과
이탈선들을 갈아엎고 장악하고 통제하여 국가라는 절대선 아래 재편해버린다.
역사적으로 인류 역사에서 국가의 탄생은 문자의 출현과 밀접하며, 문자로 법령을 만들어 포
고하는 데서 국가가 탄생했다(문자의 발생 - 법전 성문화 – 국가체제). 유럽의 경우에는 왕정
을 파괴하고, 분권적인 자치 도시나 공동체들로 잘게 쪼개져 있던 영주들의 영토들이 분할하
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후 절대국가라는 보다 강력한 권력 아래 통일되었다. 그것이 근대국가
의 탄생이다. 현재 지구촌 모든 나라가 헌법을 소유하고 ‘법치국가’를 표방하고 있는데, 인간
의 지배가 아니란 의미에서 법치란 말은 좋은 의미이지만 ‘법의 지배’라는 공리 속에는 그런
무시무시하고 무자비하고 강제적인 포획의 힘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거대한 기표체계이다(국가=기표체계).
* 기표와 기의 =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다룬 개념
기표는 표현된 문자나 언어이고, 기의는 그것이 나타내는 의미이다. 시니피앙-시니피에.
국가는 기표를 장악한다. 국가는 국가의 코드가 있다. 언어와 법을 통해서 정신세계를 장악하
고, 물리적인 힘과 폭력으로 통치한다.
<기표를 둘러싼 네 가지 흐름>
1) 기표적인 것 - 언어, 법, 제도, 학교 등등의 체제
2) 전기표적인 것. - 아직 기표로 표현되기 이전의 언어, 문자시대 이전의 언어 등(원시사회).
국가의 탄생은 기표를 만드는 과정과 밀접하고, 종교의 탄생과 밀접하다. 원시종교는 샤먼이 지배했
다. 국가가 생기면서 사제집단이 형성되고 신전이 생겨나고 국가제의가 형성되었다.
3) 탈기표적인 것 - 기표적인 것을 벗어나려는, 기표체제 자체를 거부하는 그런 방향
- 5 -황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4) 반기표적인 것 - 기표체계를 깨뜨리는 힘과 흐름
봉건체제를 무너뜨리는 장인들과 소상공인들의 흐름(중세의 기표를 거부하고 반대하였다),
가령, 사회주의 사상은 자본주의 기표에 대한 반기표적인 것
전쟁기계라는 개념은 반기표적인 것이다. 국가 체제의 기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깊이 보면 국가/권력 자체에 대한 안티테제의 성격이 짙다.
3. 유목주의와 전쟁기계
1) 몽골 유목민 전쟁기계
들뢰즈는 전쟁기계의 대표적인 예로, 유목민족 몽골의 대군을 예로 든다. 이 군대는 군대이지
만 몰적이지 않고 분자적으로 움직인다. 서구나 전제군주체제의 통상적인 군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다. 전쟁을 강력하게 수행해내고 또 다른 형태의 제국을 구성하는 힘이
있었다. 1만 명의 기마병으로 큰 제국들을 침공해 무너뜨렸다.
이런 유목민적 전쟁기계는 이전의 다른 제국과 다른 나라를 세울 가능성이 있었다. 재영토화
의 가능성이 있었다 중국을 정복하고서 한족의 문화를 흡수하여 원나라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방식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후 청나라의 경우 중국의 제국 체계에 그대로 흡수되어 똑같은 제
국이 되어 버렸다. 머리 즉 사람만 바뀌었고 시스템은 그대로였다.
2) 전쟁기계의 본성
유목주의를 주창하면서 들뢰즈/가타리는 전쟁기계의 본성을 복원할 것을 요구한다. 전쟁기계
의 본성은 해체시키고 탈구시키고, 숨막히게 짜여진 체계와 권력 구조를 파탄내고 구조를 절
단하는 원심력적인 힘이다. 국가가 중앙으로 모으는 구심적인 힘이라면 전쟁기계는 원심적인
힘이다. 전쟁기계는 국경이나 지역이라는 영토성이나 그 어떠한 경계선도 해체시켜 버리고 다
시 재편하게 하는 힘이 있다. 모든 것을 분산시켜 버리고 애초의 자연적인 대지로 만들어 버
린다.
전쟁기계의 본성을 회복하라는 것은 국가라는 절대 가치, 국가라는 단 하나의 폭력만을 허용
하고 오로지 국가라는 유일한 목적을 위해 모든 존재자들을 강제로 배치시켜 버리는 그런 배
치를 거부하라는 것이다.
‘왕립 과학, 국가주의 교육, 국가이데올로기’가 바로 그런 기능을 하
는 도구들이다.
모든 것으로부터 탈주하고 지층을 거부하면서도 단 하나의 예외를 남겨두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 즉 국가라는 초월적 실체 국가주의라는 신화가 그것이다. 국가라는 중심마저 공격
하고 모든 것들 모든 기계들,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여 평등성의 장으로 끌어내리고 재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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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힘, 그것이 전쟁기계의 본성이다. 그러니까 전쟁기계는 국가의 중심성 동일성 우일한 지배를
저지하고 해체시키는 힘이다.
‘전쟁기계란 무엇보다도 '전쟁’을 수행하는 배치를 지칭합니다. 다시 말해 전쟁기계란, 새로
운 것을 창조하는 활동이나 사유, 글, 움직임, 창작 등의 모든 자유로운 흐름에 상관적인 배치
로 형성되고 작동되는 기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진경
요즘 마을자치, 마을공화국이라는 개념이 연구되고 담론화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를 하지만 그
역시 국가주의 틀 속에서만 작동한다. 마을을 공화국적으로 건설하여 마을대표들을 직접 투표
하여 세우고, 경제적으로도 자치 자립하도록 하고, 다른 화폐를 사용하고 마을을 공화국으로
할 때 진정한 자치가 이루어진다는 그런 운동이다. 매우 이상적이다. 지구 곳곳에 그런 시도
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가 그런 것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은 시
민 즉 주민들의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한 주가 독립하려고 할 때, 스폐
인의 일부 지역이 독립선언을 할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 억압한 것처럼 시민 자치가
관료체제를 흔들고 국가체제를 전복할 힘을 가지게 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3) 예언자 VS. 왕과 사제
들뢰즈, 가타리의 관점에서 헌법을 가진 국가만이 국가가 아니다. 어떤 기표를 기지고 모든
것들을 하나의 힘 아래로 통일시키고자 하는 모든 구심적 체제들이 다 일종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조직이 그런 속성이 있다. 종교단체도 사실은 하나의 국가이다. 푸코가 말한 사제
권력/사목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통치자와 달리 부드럽고 자애롭지만 정신을 포획하여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권력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사제 집단은 국가의 왕과 함께
국가이데올로기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국가 제의가 그것이다. 종교와 사제가 그 역할을 했
다. 사제는 정신적으로 포획한다. 고해성사를 통해, 모임을 통해, 교리를 통해, 그 자체가 하
나의 국가이다.
“예언자는 운동을 지휘함으로써 종교가 전쟁기계가 되게 하였다.”
사제와 달리 예언자들은 국가 체제와 사제 집단을 뒤집는 전쟁기계이다. 들뢰즈는 예언자는
전쟁기계라고 했다. 경전이나 사제나 종교 조직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사제 체제와 국가체제를 전복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항거했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의 투 흐름 : 1) 제사장적 전통 – 경전, 의식, 왕과의 밀접성(신전과 왕궁)
2) 예언자적 전통
그래서 늘 예언자들을 핍박을 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모세도 예언자였고, 마호메트도 예언자
였고 예수도 그랬다.
들뢰즈는 “노마드의 아버지는 구약성서의 야웨 신”이라고 말한다. 반제국적 힘을 지니고 있고
(바빌로니아 문명으로부터 아브라함 탈주, 이집트제국으로부터 모세 히브리인의 탈출), 기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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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시스템을 벗어난 일탈과 전복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언자적 파토스, 그런 것이 전쟁기계의 에
너지 같은 것이다.
4. 전쟁기계가 되는 법
1) 전쟁기계는 탈주의 한 양상이다.
전쟁기계의 개념은 전쟁을 막 하라, 무조건 쌈질을 하는 싸움닭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탈주
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은 전쟁기계의 목표가 아니다. 삶의 한 방식이다. 탈
주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전쟁기계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학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전쟁기계가 되는 것
이다. 농사를 짓는데 그 유명한 다섯 가지 화학약품 쓰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 자
본주의적 농업질서를 벗어나는 전쟁기계이다. 공부를 하는데 학교 – 학원 - 사교육 벗어난
대안교육, 대안학교 등의 실험도 전쟁기계이다. 공동체 주택 역시 주거양식에서 일종의 전쟁
기계적 시도이다. 마을화폐 대안화폐도 전쟁기계적 시도이다.
<국가장치적 지식> = 전공, 교육, 학문/분과학문
교과서, 강단 지식인, 전문가/라이센서, 장르
<유목적 지식> = 횡단을 통한 뜻밖에의 지식, 비전공 연구, 독립연구, 비장르, 서브장르
2) 전쟁기계의 무기 = 정동(Affect)
전쟁기계의 무기가 있다. 우리가 이 무기를 알고 그 무기를 잘 사용해야 전쟁을 잘 할 수 있
고, 묶이지 않고, 유목적 삶을 살 수 있다. 전쟁기계는 칼이나 총을 든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국가기계의 무기 = 법. 법으로 통제하는 것. 성벽, 장군 + 전열화된 배치
유목전사들의 배치는 전혀 달랐다. 전사 하나 하나가 전쟁기계.
유목 전사들의 무기 = 자신들의 신체
"속도와 똑같은 정도의 무게와 중력" p.762
"<자유로운 행동> 모델" p.765
정동(Affect) : 정념, 정서, 감응 등으로 번역. 신체 감응(Affect)의 배치
전쟁기계의 무기는 정동/공명이다. 사람들의 욕망, 정서, 대중의 분위기의 흐름
국가기계의 무기가 법이라면 전쟁기계의 무기는 대중의 정념과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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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 무의식적인 정서의 흐름을 중요시 하라. 사람들의 욕망, 정서, 마음, 대중의 분위기의 흐름
- 정서적인 것, 온도적인 것의 움직임에 민감하라.
전쟁기계 = 공동체적이고 집단적인 흐름을 만들 때 힘을 지닌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관계, 스타일, 비즈니스, 이벤트, 축제, 정치
유목민처럼 전쟁기계의 작동방식은 어떤 정서적인 온도적인 것의 움직임이다.
거기에 민감한 사람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유목할 수 있다.
3) 미시정치적 요소가 중요하다.
거시정치 = 거대 담론, 정치 / 사회 / 정당 / 집회 / 선거
미시정치 = 주류적인 모든 흐름을 벗어나는 소수적인 것
일상의 정치, 생활정치, 일상 속에서의 미시적인 정치 (감응정치)
미시파시즘 : 조직 내, 직장 내, 가정 내, 관계 속의 권력과 폭력, 갑질 등
우리사회는 지금 미시정치적 요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갑질, 미투운동, 성추행, 혐오반대, 언어폭력, 인권, 차별 반대 등등
유목주의적 전쟁기계는 거시정치적 차원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미시정치적 요소를 중시한다.
국가와 문화가 만들어내어 세뇌시킨 어떤 룰이나 사상, 어떤 이념의 자극이나 추종이 아니라
대중의 정서와 정동의 흐름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미세하고 반문화적이고 전복적인 성격을 지
니는 정치의 흐름을 중시한다. 그래서 문화정치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탈정치적이라는 비판
을 받기도 한다.)
노마드의 정신은 국가적 이념의 정반대에 있다. 국가는 통일을 강조하지만 노마드는 분산과
이탈과 자유로운 흐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노마드의 정신은 분산과 해체와 흐름과 이동과
산포이다. 가족 제도, 사회 시스템, 하나의 권력장치로서의 국가의 배치는 전혀 유목적이지 않
다. 정해진 패턴이 있으며 변이와 탈선을 허용하지 않고 제어한다. 노마드는 환경, 배치, 시스
템 자체의 변형과 변이를 추구한다. 하나의 환경에서 또 다른 환경으로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환경의 변주를 시도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내는 유목적 창의성이 있다.
4) 정주하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절대적인 의미에서 영구적인 노마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국가의 지층을 벗어난 새로운 땅이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노마드는 하나의 운동으로서 언제나 영토성과 밀접하다. 노마드의 움직임
은 나름의 패턴이 있다. 말과 소를 먹이는 유목민들은 계절에 따라 새로운 초원으로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만 그 패턴은 동일한 장소를 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니까 유목민은 끊임없
이 혹은 주기적으로 움직이지만 땅을 벗어나지 않는다. 정주하지 않는 탈영토화의 과정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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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는 것이지 영토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셈이다.
- 유목의 초점은 움직임과 흐름이다. 영토 자체에 반대하는 개념을 아니다.
유목은 앉아서도 할 수 있고, 변방에서도 할 수 있고, 도시 안에서도 할 수 있으며, 지금 제
자리에 머무른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 노마드는 영토를 구축하는 자가 아니다. 구축된 어떤 영토를 횡단하고 그 질서를 깨뜨리는
야성을 지니고 있다. 특정하게 조형된 삶을 강요하는 힘이나 관점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자
신이 위치하고 발을 딛는 자리에 따라 유목의 유형을 다르게 하는 유연성이 있는 흐름이다
- 유목민적인 삶이라는 것은 영토가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척박한 환경임
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 자체를 받아들이고 현실을 마주하고 결코 안주하거나 정주하지 않고
지층에 묶이지 않는 삶을 말한다.
노마드와 국가의 대결이라는 구도에서 보면 노마드의 패배는 너무나 완전하고 언제나 역사는
국가의 승리의 역사가 된다. 아니 노마드에게는 역사가 없다. 역사에 대해 관심도 없다.
5) 매끈한 공간을 만들라
< 홈패인 공간과 매끄러운 공간>
12장 유목주의와 마지막 15장에서 홈 패인 공간, 매끄러운 공간에 대해서 말하는데 이것도
유목주의와 아주 밀접하다. 매끄러운 공간에서 유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홈패인 공간 = 정주민의 공간 VS. 매끄러운 공간 = 유목민의 공간
정주민적 공간은 벽, 울타리, 담, 그리고 이 담들을 연결하는 도로들에 의해 홈이 패인 공간
이다. 가야할 길을 길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가서는 안되는 길이 있다. 홈을 따라서만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유목민적 공간은 매끈한 공간이다. 경로와 함께 지워지고 이동해 나가는 '특정한 선'
에 의해서만 구분된다. 그 길은 구획되거나 건설된 도로가 아니다. 길이 없다. 선만이 있다.
- 홈패인 공간의 이미지는 공간이 있지만 이러 저리 홈에 파여 있는 방식이다. 한국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서울이라는 그런 구획이 있고, 각 도시와 농촌 역시 행정구역이라는 홈을 파서
각각을 구별하고, 도로들과 빌딩 숲 같은 것들로 홈을 파서 모든 것이 그러한 경로를 따라서
만 흐르도록 만든다. 차도와 인도, 신호등과 건널목, 담벼락과 골목 등 홈을 파는 도구들은 다
양하다. 보이지 않는 법이나 규범이나 유행이라는 정신적 구획이라는 홈도 강력하다. 심지어
바다에도 해로가 있고, 하늘에도 비행기가 다니는 항로가 홈패여져 있다. 우리의 정신 그러니
까 무의식의 바다 역시 교육이나 이데올로기나 종교나 관습 같은 것으로 홈을 파서 그런 홈을
따라서만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 10 -황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국가의 기본적인 임무 중의 하나는 지배가 미치고 있는 공간에 홈을 파는 것, 즉 매끈한
공간을 홈이 패인 공간을 의한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 p.741
- 로마의 지배 : 로마법, 도로(육로, 해로), 도량형, 식민지 총독부
"국가는 온갖 종류의 흐름을 즉 인구, 상품 또는 상업, 자금 또는 자본 등의 흐름을 어디서
나 포획하는 과정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p.741
- 매끄러운 공간을 만들라, 노마드가 되라는 말이 지니는 실천적인 함의는 홈 패여진 국가 안
의 온갖 사회적 지층과 배치 안에서 그것들을 작동하게 하는 힘과 배치와 다른 배치를 만들
라는 것이다. 홈패인 공간에서 사는 것, 국가의 틀 안에서 그에 따라서 사는 것은 목적론적으
로, 의무적으로, 묶여서 사는 것이다. 국가가 요구하고 세상이 강요하는 어떤 목적을 위해 나
를 배치하는 것이다. 나의 신체와 시간과 에너지가 다 홈패인 공간 안으로 국가 안으로 자본
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흐른다.
매끄러운 공간은 그런 홈이 없이 펼쳐진 공간이다. 유리판이나 사막이나 푸른 바다나 초원 같
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간혹 골짜기도 있고 호수도 있고, 높고 낮은 구릉지도 있지만 펼쳐
져 있고 길이 없이 어디로든 이동하고 흐를 수 있다.
"매끈한 공간은 수로도 운하도 갖지 않는 하나의 장, 비-등질적 공간으로서 아주 특수한 형
태의 다양체, 비계량적이며 리좀적 다양체, 즉 공간을 '헤아리지 않고' 차지하는 다양체,
'탐색
하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다양체와 결합된다. p.712
<요약정리>
홈패인 공간 : 정해진 코드와 경로
도시, 회사, 조직, 종교 / 도로, 지하철, 수로, 행정구역, 아파트, 고딕건축물
분업화된 노동, 컨베이어시스템, 장르에 묶인 작품, 건축물, 악보에 충실한 음악들
거래 공간, 위계, 수목형, 지층, 기표적, 설계, 동일성, 통일체
제국적 사유, p.719 내부의 사유
매끄러운 공간 : 미규정의 열린 공간
바다, 사막, 초원, 하늘, 자연, 우주, 열린 집과 정원 / 장인의 노동, 놀이로서의 노동
자유로운 예술작품, 재즈, 즉흥연주, 기존 음악의 변주(탈주)
대화공간, 열림, 리좀적 가능성, 자연적 흐름, 다양체, 다양성
자유로운 정신들의 공화국, p.719 바깥의 사유
5. 유목공동체
- 유목은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목공동체를 이루어 한다. 체유목민은 국가주의와는 다른
질서, 다른 배치, 다른 순환을 이루면서 살아갔다. 특히 유목민들은 공동체를 이루면 살아갔
다. 따라서 공동체주의는 유목주의와 뗄래야 뗄 수 없다. 유목민들은 텐트를 중심으로 공동체
- 11 -황산//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관통하기
를 이루어 함께 살고 함께 유목한다. 연대의 공동체이다.
노마드가 되고 매끄러운 공간을 만들면서 살게 되면 국가장치가 강요하는 강박관념과 목적에
서 자유로워진다. 삶의 시간의 배치도 달라진다. 위계화시키고 지층화하고 홈패인공간을 확
밀어버리고 매끄러운 대지 위에서 함께 살아가라. 이것이 유목의 핵심이다.
- 이주민과 노마드는 다르다. 이주민은 무정형 혹은 적대적으로 된 환경을 놔두고 떠난다. 더
좋은 곳으로 가서 거기에 정주한다. 반면, 노마드는 대지를 떠나지 않고, 떠나지 않으려 하며,
숲이 후퇴하면서 남겨놓은 매끄러운 공간에 달라붙는다.
‘유목민은 불모가 된 땅을 버리고 떠나는 이주민이 아니라, 거꾸로 불모가 된 땅에 달라붙
어 거기서 살아가는 방법을 창안하는 자고, 그럼으로써 불모가 된 땅을 새로운 창조와 생성의
땅으로 변환시키는 자다.’ 이진경
- 특정하게 목적화 되지 않은 관계가 유목주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 특정한 사람이나
2) 주체나 3) 이념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엮이는 관계를 추구한다. 홈을 파고 구획을 정하고
움직이는 경로를 정한다. 그러나 노마드는 인맥을 넘어서고 조직을 넘어선 어떤 만남과 공동
체를 추구한다. 돈을 많이 벌거나 출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는 삶을 거부한다. 탈목적적 삶
이다. 미래를 규정하지 않는 삶이다. 움직이고 흐르는 삶이다. 어디로든 흐를 수 있는 개방성
과 긍정적인 태도이다.
들뢰즈는 끊임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것에도 묶이지 말고 고정되지 말고 단순히 살아가
기를 즐기고 삶을 긍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것을 유목주의라 한다.
유목주의는 접속(connection)하는 삶, 변화를 긍정하는 삶, 정주하지 않는 삶, 제국의 주변부
에 머무는 삶